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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감정노동하고 있지 않나요?

#사례1

A차장(28)은 팀장과 실장에게서 말투 지적을 받았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냐"며 말투가 날카롭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A차장은 자신이 평소에 너무 사근사근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태도 지적'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사례2

C주임(28)은 D부장이 매번 자신을 '오빠'로 칭하는데 이골이 났다. 참지 못해 한 번은 "왜 부장님이 오빠냐"라고 반박했더니 오히려 D부장은 "널 도와주려 한 것인데 그런 투로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화냈다.

#사례3

E대리(26)는 회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대표와 이사에게서 "조금 웃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표정이 뚱한 편이란 말을 가끔 듣곤 했지만, 모니터를 보면서 자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뜬금없는 '미소' 지적이었다.

감정노동, 익숙하게 들어본 단어입니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며 회사가 원하는 대로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말합니다.

보통 백화점· 마트 종사자, 전화상담원 등이 감정노동을 하는 직종인데요.

이러한 감정노동 외에 일반적인 회사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감정노동도 있습니다.

여성 직원에게 사근사근한 말투, 상냥한 태도, 미소 짓는 얼굴 등을 요구하는 등 서비스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지난달 여성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화장과 옷차림을 갖춰 입고 항상 미소띤 얼굴로 지내도록 강제”한다며, "여성의 웃음과 애교를 의무로 요구하는 사회는 (...) 옷차림, 화장, 얼굴 표정 등을 점점 자세하게 지시하는 방식으로 여자들을 괴롭힌다"고 분석했는데요.

내가 무심코했던 ‘태도’나 ‘말투’ 지적이 폭력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소정 | 2017.06.23 15:41